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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가장 쉽게 구한 식재료, 개고기

바짝이 2024. 5.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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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는 개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개는 우리 가족과 같은 반려견으로 보호 받고 있다.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가 안들어 왔는데, 어느 이웃집에서 개고기를 먹었고, 그 강아지가 집을 나간 우리 강아지 였던 것을 나중에 알고나서 어마무시하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우리 집에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 동물을 키우는 데 관심이 많으셨던 어머니는 강아지는 물론, 토끼, 닭, 새까지 키우셨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참 많이 달랐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을 중심으로 당시 개고기를 어떻게 응용했었는지 살펴본다. 

[선비의 맛 규방의 맛] 책을 인용하여 보기로 한다. 

 

 

 

장계향의 [음식디미방]에 많이 등장하는 육류는 개고기다. 더욱이 음식 이름에 개고기가 들어간 것을 말한다. 개순대, 개장꼬지느러미, 개장국느르미, 개장찜과 함께 누렁개 삶는 법과 개고기 삶는 법이 별도로 나올 정도다.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21권에는 '슬견설' 이란 글이 있다. 

 

어떤 손이 나에게 말하기를,
"어제 저녁에 어떤 불량자가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 광경이 몹시 비참하여 아른 마음을 금할 수 없었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네. " 

 

 

이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에도 개고기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음식디미방]에는 '개장 고는 법'이 나온다. 

개를 잡아 갈비와 안것과 살을 뼈 발라 버리고 가장 많이 빠라 솥에 넣고 지령 한 되 참기름 한 종지 참깨 한 되 볶아 찧어 넣고 후추 천초 넣어 물 조금 붓고 솥뚜껑을 뒤집어 덮고 물 부어 덥거든 다른 물 갈기를 열번이나 하면 고기가 가장 무르거든 갈비는 찟고 안것(내장)은 썰어서 쓰나니라.

홍석모(1781-1857)의 [동국세시기]에는 삼복 때 개장국을 먹는 풍속이 기록되어 있다.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狗醬)이라 한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서 시절 음식으로 먹는다.
그렇게 하여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것을 보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도 이것을 많이 판다. 

 

 

그런데 삼복 중에 개장을 먹는 풍속을 홍석모는 [사기]에 진덕공 2년에 비로소 사복 제사를 지내는데 성안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를 막았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 잡는 일이 곧 복날의 옛 행사요, 지금 풍속에서 개장이 삼복 중의 가장 좋은 음식이 되었다는 주석을 붙였다. 

 

[동국세시기]의 구장과 달리 [음식디미방의]개장국은 국물이 적었다. 그 이름은 '개장국느름이'이다. 곧 오늘날의 말로 옮기면 개장국느르미다. 

 

개를 살만 대강 삶아 뼈를 발라 많이 썰어 새 물에 참깨를 볶아 찧어 넣고 지령(간장) 넣어
난만(미흡한 데가 없이 충분함)히 삶아 내어 어슷어슷 썰어라.
즙을 하되 진가루, 참기름, 지령 교합하여 삼삼히 하여 그 고기를 넣어 한 솟금 끓여
대접에 뜨고 파를 짓두드려 넣고 국을 걸지 아니하되 생강, 후추, 천초 넣어 하라.

 

 

여기서 느르미는 한자로 적으면 '전' 이다. 요사이 사람들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지짐이라고 부르지만,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서울말로 지짐이는 국보다 국물을 적게 잡아 짭짤하게 끓인 음식을 가리켰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저자 이용기(1870-1933년경)는 '국보다 지짐이가 맛이 좋고 지짐이보다 찌개가 맛이 좋은 것은 적게 만들고 양념을 잘하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뼈가 문드러질 때까지 고은 음식은 '지짐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바로 장계향이 부른 느르미다. 

 

개는 조선시대 농민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가축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서 육고기가 필요할 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대신해 식재로로 자주 쓰였다. 더욱이 쇠고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마음대로 도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상도 양반들은 여름 복날에 사랑방에 손님이 오면 개고기로 장국을 끓여서 대접했다. 그러니 장계향 시대에 개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러한 정황이 [음식디미방]의 다양한 개고기 조리법에서 드러난다. 장계향은 심지어 누렁개를 잡기 전에는 아예 '황게 한마리를 먹여 대엿새쯤 지나거든 그 개를 잡아" 삶으라고 했다. 개고기는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서 확보했으므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식재료. 이는 당시의 사회문화와 가치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오늘날 동물복지가 회자되는 상황에서는 매우 낯설은 이야기가 과거에는 일상의 문화였던 것을 [음식디미방]이나 [동국세시기] 등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과거는 과거이지만, 음식문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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