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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생활사

부부의 백년해로, 그 시작은 음식에서부터

바짝이 2024. 5. 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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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백년 해로를 한다는 것은, 함께 살면서 태어나서 가장 오랜시간 함께 밥을 먹는 사이가 아닐까? 그렇게 한평생의 동반자로 부부됨을 알리는 결혼은 시대에 따라 너무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 밥을 함께 먹는 시간도 줄어들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으니 말이다. 어떤 분은 저녁에 조금 일찍 퇴근하게 되면, 집근처 음식점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간다는 말도 들었다. 저녁을 준비하지 않는 아내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약속이라나.

 

그리고 결혼은 해묶은 옛이야기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세상이 존재하는 한 결혼의 형태는 바뀌어지더라도 생명의 영속을 가져온 남녀의 만남은 지속되는 것을 소홀히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생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혼례와 혼례 때 씌여진 음식을 보면, 부부해로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게 된다. 

이미 오늘날 결혼식에서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지키려는 것 중의 하나가 폐백이다. 

 

폐백이 뭐지? 너무도 생소하게 여길 사람들이 많다. 

 

폐백은 신부가 시부모를 비롯한 시가(시댁 집안)의 여러 가족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이를 다른 말로 현구고례 (見舅姑禮)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폐백은 시댁에서 지내는 것이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결혼식장에서 양가부모가 모두 모여서 폐백을 받는 모양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다음으로 미뤄놓는다.

 

가온길폐백/ 폐백사진 인용

 

폐백 절차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음식이다. 그것을 폐백음식이라고 한다. 언어적 소통을 중시하기 보다는 말없이 눈치로 알아차리고 모양으로 알아차림을 일상화했던 시절에는 비언어적소통이 많았다. 혹자는 '세상에 말하지 않으면 그 뜻을 어찌 알아.'라고 하며, 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지금도 우리는 비언어적소통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무튼 과거에는  여성의 옷차림이나 머리모양만 보아도 '아. 결혼한 사람이구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구나'라고 알아챘으니 비언어적 상징적인 의사소통이 참으로 많았다 하겠다. 그러니 음식하나도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낯설은 이야기가 아니다. 

 

폐백음식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새신부의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과도 같은 내용을 상징했다. 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고 마음에 새겨두었던 것이다. 

 

고기폐백과 대추폐백을 드린다. 현대의 폐백음식으로 닭이나 술, 안주 등을 쓰기도 하지만, 이는 변용된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고기를 사용할 수 없는 가정에서는 대용으로 닭을 썼던 것이다. 

 

[ 대추폐백]

대추폐백에 올리는 대추와 밤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대추는 바람이 불어도 씨눈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꽃이 피는 만큼 열매를 맺는다 하여, 시아버지께 드리는 폐백음식이었다. 그리고 밤은 뿌리가 하나고 옮겨 심으면 죽는다 하여 일부종사와 장수를 의미한다. 새며느리의 절을 받은 시부모는 대추와 밤을 던져 주는데, 아들을 낳으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만, 음식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는 더 깊다. 

 

대추는 씨앗이 하나로 왕이 될 만한 후손을 의미하며, 밤은 가시 송이 안에 열매를 맺은 세개의 밤톨을 빗대 삼정승을 의미한다. 자녀를 얻더라도 훌륭한 자녀를 두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다.

 

[고기폐백]

고기폐백이 있다. 고기폐백으로 추운날씨에는 고기산적으로, 더운 날씨에는 육포로 준비했었다. 나는 한여름에 결혼해서 육포를 만들어 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보면, 꽤나 옛날사람처럼 느껴지지만, 폐백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지는 오래지 않다. 

 

고기산적의 의미도 있다. 폐백을 드리는 날은 시가에서는 잔치날이다. 그래서 잔치국수를 말고, 그 위에 웃고명을 얹어서 축하하러 온사람들에게 대접했다. 새신부는 고기산적을 만들어 폐백으로 시어머니께 올린다. 그것은 잔치날 국수의 웃고명으로 쓰시라는 의미가 있다. 한편, 새신부가 시어머니께 고기산적을 올리면, 시어머니는 고기산적 위에 손을 얹고 다독이면서 신부의 절을 받는다. 이는 앞으로 결혼생활에서 새며느리의 허물이 있다해도 덮어두리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산적을 시어머니께 올리는 신부의 마음, 산적을 받으며 며느리에 대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깊은 숨은 뜻을 서로 헤아리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음식하나도 허투로 보지 않았던 옛 선인들의 지혜를 다시금 돌이켜 봄직하다. 

앞으로 수명이 길어지고 있지만, 백년해로하는 부부들이 그와 똑같이 많아질까? 

폐백음식에 담겨 있는 의미와 상징이 기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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