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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수, 사형집행자

바짝이 2024. 2. 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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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칼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술한잔을 들이켜고 입으로 뿜어대며 칼날을 적신다. 섬뜩하다. 

요즈음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망나니'의 모습이다. 

그러면 망나니는 다른 말로 어떻게 불려졌나?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속어로 회자수를 망나니라고 하니 지극히 싫어하고 천시하는 말이다.     
-황현,[오하기문]-

 

망나니로 익숙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한자로 회자수(劊子手)라고 한다. 혹은 살수(殺手)라고도 한다.

포수(砲手), 궁수(弓手)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회자수는 원래 회자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군인을 말한다. 회자는 [삼국지연의]의 관우가 휘두르는 청룡언월도와 비슷하다. 협도(挾刀)라고도 한다. 

 

망나니의 유래

 

망나니의 유래는 몇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도깨비를 의미하는 망량(魍魎)에서 나왔다는 것,

둘째는 난동을 뜻하는 망란(亡亂)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셋째는 막란(莫亂)이라는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막란은 우리말로 '막내'라는 뜻인데, 어느집에 막내였던 막란이가 무시무시하게 사형을 집행하였기 때문에 막란이가 망나니가 되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망나니'는 19세기 말 문헌이 '막난이' '망난이'로 표기 되어 있다. '막난이'의 '막난'은 '함부로 된 또는 막된'을 의미하고, 이는 '사람'을 가리킨다. 함부로 된 사람 혹은 막된 사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망나니/ 지역N문화 참조

 

망나니의 옷차림과 칼

 

회자수의 옷차림은 붉은 옷차림에 붉은 두건을 쓰고, 이 무기를 들고서 대장을 호위한다. 실전용이 아니라 위엄을 과시하고 공포를 심어주는 의장용이다. 그런데 하필 이 회자를 사형 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회자수가 망나니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회자는 자루가 길어서 원심력을 이용해 세게 내리칠 수 있다. 사극에 나오는 망나니는 칼이 넓고 자루가 짧은 칼을 사용하는데, 이런 걸로는 사람의 목을 베기 어렵다. 사극의 망나니는 허구다. 사형 집행 장면 묘사한 옛 그림에서도 회자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통스럽지 않게 죽게 해달라.

 

한번에 죽이지 못하고, 사형수가 참혹하고 고통스럽게 죽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죄인의 가족들은 어짜피 사형을 당한다면, 단칼에 목을 배는 대가로 고통스럽지 않게 죽지 않게 뇌물을 망나니에게 주기도 했다.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사형을 앞둔 윤준은 망나니가 돈을 요구하자, '돈을 준다고 내가 안 죽겠는가!'하면서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화가 난 망나니는 윤준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게 했다. 순조임금의 능을 잘못 잡은 죄로 처형당한 지관 이시복의 경우, 시신을 확인해 보니 망나니가 난도질 하였다. 이 일로 인해 망나니와 의금부 도사와 전옥서 관원이 처벌되었다는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수록되어 있다. 

 

망나니의 선발과 처지

 

망나니는 중죄를 지은 흉악범이나 사형수 중에서 자발적으로 선발되었다. 대신 자신의 형벌이나 사형을 면해 주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은 망나니도 견디기 힘들었는지 간혹 형의 집행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누구두 하기 싫은 일이었을 것이므로, 죄인의 손에 망나니라는 일을 하도록 죽을 목숨을 넘겼던 것이다. 

 

망나니의 슬픔

 

조선시대 숙종 때 칼을 잘 쓰고 도둑질을 일삼던 마적 두목이 붙잡혔다. 감옥 관리가 마적 두목에서 망나니가 되면 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하자, 그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허락했다. 그리고 자신이 죽어야 할 날에 다른 죄인의 목을 베었다. 이렇게 망나니짓을 하던 어느 날 그의 꿈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나타나서 괴롭혔다. 이후 반미치광이가 된 망나니는 행동이 난폭해지고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사형을 집행할 날이 다가오자 망나니는 산에 가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다른 사람의 목을 베어야 하는 망나니의 삶은 누구라도 제정신으로 감당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망나니들은 1896년 참형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사형수의 목을 베어야만 했다.

 

이상은 [조선잡사]와 지역N문화 등을 참고해서 알아보았다. 

망나니 칼춤 (경기신문 김호상 화백, 2019.9.26)

 

 

우리의 세상은 끊임없이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 특성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과학기술발전, 기후변화 등에 따라 일자리의 변동은 무수하고, 셀수 없는 일자리들이 생겨난다. 망나니를 직업으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찌되었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했던 회자수. 누가 사람의 목을 치고 싶었겠는가? 망나니의 슬픈 운명은 시대가 만들어낸 것이니.... 그러나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가슴아픈 일을 했던 회자수의 기록들도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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