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계절변화를 나타내는 24절기 특징에 맞춰서 민간인들 사이에서 구전된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계절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우리민족은 해학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서 숨은 뜻을 간접적으로 잘 나타낸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말이므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준다.
속담에 담긴 숨은 뜻은 계절변화에 대비하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보여준다.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보여준다.
한여름 더위가 한창인 대서(大暑)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라고 하여, 그 더위가 얼마나 심한지를 표현하고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눅는다'라고 하여 대한(大寒)추위보다 소한(小寒)추위가 매섭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나타내는 여유로움을 보인다. 청명이 되면 불쏘시개 구실을 하는 죽은 나뭇가지인 부지깽이에도 싹이 날 정도로 날씨가 좋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나오지만 바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그것이 절기 속담이 가진 묘미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비유를 통해서도 계절과 각 절기의 변화를 생활에서 익히도록 했다.
<봄철 절기의 속담>
봄철 절기의 속담 | ||
입춘 | *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 입춘에 장독 오줌독 깨진다 *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 |
봄의시작 |
우수 | *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 * 우수 뒤의 얼음알이 |
봄비 내리고 싹이 틈 |
경칩 | * 경칩 지난 게로군 *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남 |
춘분 | *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 이월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진다. |
낮이 길어지기 시작 |
청명 | *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
봄 농사준비 |
곡우 | *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 곡우에는 못자리를 해야 한다 |
농사비가 내림 |
<여름철 절기 속담>
여름철 절기의 속담 | ||
입하 | *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
여름의 시작 |
소만 | *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
본격적인 농사시기 |
망종 | * 망종 넘은 보리 * 스물 넘은 비바리 *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
씨 뿌리기 시작 |
하지 | *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선다 | 낮이 연중 가장 긴 시기 |
소서 | *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 | 더위의 시작 |
대서 | * 염소 뿔도 녹는다 | 더위가 가장 심함 |
<가을철 절기 속담>
가을철 절기의 속담 | ||
입추 | *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 가을의 시작 |
처서 | *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 *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 |
더위 식고 일교차 큼 |
백로 | * 칠월 밸로에 패지 않은 벼는 못먹어도 팔월 백로에 패지 않은 벼는 먹는다. | 이슬이 내리기 시작 |
추분 | *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이다. *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
밤이 길어짐 |
한로 | *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 가을 곡식은 찬 이슬에 영근다. |
찬 이슬 내리기 시작 |
<겨울철 절기의 속담>
겨울철 절기의 속담 | ||
입동 | * 9월 입동 오나락이 좋고 10월 입동 늦나락이 좋다. *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 *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 |
겨울시작 |
소설 | *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 *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 |
얼음이 얼기 시작 |
대설 | *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 큰 눈이 옴 |
동지 | *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 동지 때 개딸기. *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진다. * 배꼽은 작아도 동지 맡죽은 잘 먹는다. * 새알 수제비 든 동지 팥죽이다. * 범이 불알을 동지에 얼구고 입춘에 녹인다. * 동지섣달 해는 노루 꼬리만 하다. *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
연중 밤이 가장 긴 시기 |
소한 | *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 *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 |
겨울 중 가장 추운 때 |
대한 | *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
겨울 추위 |
농사를 지으려면 계절에 맞춰 씨를 뿌리고, 관리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는 곧 '계절을 잘 알아야 ' 할 수 있는 일이다. 농사는 먹거리의 생산과 연결되는 것이었으므로 계절을 잘 아는 것은 결국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었다.
요즈음은 계절을 안다는 것은 먹거리나 농사로 헤아려지지 않는다. 패션이나 계절 여가인 수영하기 스키 보드타기, 등으로 인식하게 된다. 한편 전 세계로 자유 여행이 보편화되다보니, 추울때는 추위를 피해 더운나라로, 더울 때는 더위를 피해 이동하여 계절 스포츠를 구애 받지 않고 즐기게 되니 과거 선조들이 일상에서 이야기했던 속담의 의미도 파악하기 어려울 지 모른다.
그렇지만 속담 안에 담겨 있던 자연순응을 위한 익살스러운 표현의 낭만은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속담에도 관심을 갖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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