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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의 혼(魂)을 담은 밥상

바짝이 2024. 2.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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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를 보러가던 길에 역병에 걸린 환자들을 돌보고, '우렁이'의 한의학적 효능까지 발견한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허준이다. 

 

임진왜란 이후 계속된 흉년으로 식량이 부족하자 인조는 명나라에서 메밀을 가져와 산과 들에 심어 구황작물로 이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메밀을 먹은 뒤 몸의 부기를 호소하는 백성이 늘었다. 인조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수습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 당시의 어의(御醫)였던 허준에게 백성의 고통을 덜 수 있는 묘책을 물었고, 허준은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내렸다. 

 

 

" 메밀에 달걀 노른자와 돼지고기를 곁들여 먹어야 부기가 빠질 것이다."

 

 

허준의 처방대로 백성들은 메밀에 달걀노른자 등을 함께 섞어 먹었고, 이는 오늘날 막국수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막국수는 별미로 정말 맛있지만, 당시 메밀의 독소를 이겨내기 위한 방안으로 처방에 따른 것이었다. 허준의 처방전은 새로운 먹거리의 탄생과 이어졌다. 

 

평안도 의주에서 발생한 역병을 고칠 때는 매실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매실이 매화나무에 붙어 있는 열매이나 매실의 살균작용과 해독작용을 발견한 허준에게는 복통과 설사를 호소하는 환자를 위한 구급약이었다. 요즈음에서 광고를 보면, 철은 어느 사람에게는 단지 철이지만, 응용하는 사람에 의해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황금알을 낳는 보고로 변신한다는 표현을 한다. 매사에 하나하나 허투로 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허준은 [동의보감] 탕액편 충부에 '전라(田螺)'라는 이름으로 우렁이의 효능을 소개한다. 

 

우렁이는 열독을 풀고 갈증을 멎게 한다.

간열(肝熱)로 눈이 붉고 부으면서

아픈 것을 치료하고

배 속에 열이 맺힌 것을 없앤다. 

 

우렁탕의 탄생이다. 

바른 표헌은 '우렁이탕'이다.

 

우렁이는 맛이 달고 짜며, 성질은 매우 냉하다. 냉하면 열독을 풀어준다. 이를 청열, 해독작용이라고 한다. 열독이 심하면 머리가 뜨겁고 아프며, 눈이 충혈되고 화끈거리고 갈증도 심하다. 가슴속도 뜨럽고 답답하여 황달이 생기고 피부가 가렵고 조익가 나며, 대소변이 순조롭지 못하다. 

 

우렁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술독을 푸는 해장에도 좋다. 광물성 약재의 독성을 해독하는 데에도 좋다. 당뇨나 급성 세균성 이질 등에도 유용하다. 우렁이가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몸이 차고 설사가 잦은 냉한 체질에는 안 맞는다. 그러면 된장을 푼 물에 우렁이를 넣고 마늘, 고춧가루 등을 함께 넣어 우렁탕을 먹는 것이 좋다고 하니, 참고할 만하다.

 

최근에는 우렁이 유기농법이 발달하여 우렁이 서식이 유지되고 있다. 우렁탕을 판매하는 곳도 많으니, 술한잔 한 다음날, 허준 명의의 밥상으로 우렁탕을 먹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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