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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식경, [음식디미방]

바짝이 2024. 2. 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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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

생을 얼마 남기지 않은 한 여인이 며느리와 딸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다.

 

일흔을 갓 넘긴 나이에 어두운 눈으로 조금씩 써 내려간 긴 문장들...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한권이 책이 된다. 

 

"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절대로 내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빨리 떨어져 버리게 하지 마라"

 

몸이 불편한 가운데 어두운 눈으로 간신히 써내려간 이책을 쓴 뜻을 잘 알아서 이대로 시행하고 책은 본가(本家)에 간수하여 오래전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자신이 한평생 살면서 배우고 익혔던 조리법을 고스란히 한권의 책에 담았던 여인, 장계향이다. 

후손들이 이 책을 그대로 간수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한 정성도 대단하다. 

 

[음식디미방]이란 '음식 맛을 아는 법' 이란 뜻이다. 장계향은 며느리와 딸을 위해 우리말로 쓴 이 책은 재령 이씨 가문의 여인들에게만 전해져오다가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졌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겼던 장계향의 상차림은 그렇게 지금까지 전해져 올 수 있었다. 이문열작가는 1997년 [선택]을 발표한다. 이문열작가는 장계향(1598-1680)의 13대손이다. 이 소설속 장계향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돋우는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 책의 내용 때문에 출간 당시에 여성계의 반발을 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다만 소설속 인물은 상상속의 표현이고, [조선조여류시문전집2]에 장계향의 7편의 한시가 실려있다. 그녀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성인과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지만

성인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성인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장계향의 고향은 경북 영양이다. 그녀의 스승은 아버지 장흥효였는데, 늦은 35세에 얻은 딸이므로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아버지는 당시 학식을 지녔던 이시명을 사위로 맞았다. 조선의 여인으로 순종적 삶과 꿈을 이루지 못한것이라는 틀에서 해석하기 보다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요리법에 대한 책을 쓰고, 그것을 통해 조선시대 반가음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그녀의 필적을 통해서 이어졌다는데에 그 가치가 크다. 17세기 중엽, 한국인들의 식생활을 연구하는데에 귀중한 자료이다. 가루음식 , 떡종류의 조리법, 어육류, 각종 술 담그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전의 글들이 모두 한문으로 간략히 소개했다면, 예로부터 전해오는 음식과 스스로 개발한 양반가의 각종 특별한 음식의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고조리서 연구가인 이성우 교수는 이 책에 대하여 '아시아에서 여성의 의해 쓰여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으로, 세계음식문화사에 특별한 의이가 있다'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다. 

 

 

2018년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개관을 했다.

체험공간 휴양공간 추모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육연수나 전통음식체험, 전통한옥체험, 다도체험, 예절교육, 전통혼례, 고택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축제에 활용되고 있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체험과 공간들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홈페이지 참고)

 

기회가 되면, 이곳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을 방문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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