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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첩(霞帔帖)

바짝이 2024. 2.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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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선생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이 담긴 하피첩

 

 

내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한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시다. 그분의 자녀교육과 삶의 철학을 담아낸 글들을 몇편 보면서 연구논문도 써 본 터라, 다산선생이 오늘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버지로서 아들과 딸, 가족에 대한 사랑, 멀리 유배지에 있지만 가르침에 소홀 할 수 없었던 부정이 가득담긴 글.

 

 

내가 강진에 유배된지 여러 해가 지났을 때,
부인 洪氏가 낡은 치마 여섯 폭을 보내오니 세월이 오래되어 홍색이 바랬다.
재단하여 네 권의 첩(帖)을 만들어 두 아들에게 주고,
그 나머지로 작은 가리개를 만들어 딸에게 보낸다 



하피첩

 

하피첩은 아버지가 어머니의 치마에 자식들에게 평생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적어 남긴 글로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이 담겨있다. 때문에 물질화되고 가족간 유대가 약해진 오늘날 부모와 가정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제작연도는 1810년(경오년)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나이 49세 때였다.

디신 선생이 1813년 7월 딸에게 그려준 하피첩 '매화병제도'에는 자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매화병제도'에 하피첩을 네 첩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네첩이었음을 알 수 있으나 현제는 세 첩만 알려져 있다. 

 

 

1첩, 가족공동체와 결속하며 소양을 기르라.

2첩, 자아 확립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으며 근검하게 살아라.


3첩, 학문과 처세술을 익혀 훗날을 대비하라. 

 

[하피첩]은 당시 사람들의 사고와 정서, 생활 등을 보여 주며 현재의 모습을 되새기는 계기를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내용을 존중과 정직, 배려의 관점으로 분류하여 정리해 보았다. 

 

존중

 

효제(孝悌)는 인(仁)을 실행하는 근본이다. 그러나 부모를 사랑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사람이 세상에  많아서, 호제가 돈돈히 행실되기에는 부족하다. 오직 백부와 숙는 형제의 자식을 자기자식처럼 여기고, 형제의 자식이 백부와 숙부를 친아버지처럼 여기며 사촌 형제를 친형제처럼 서로 사랑하여 혹 어떤 사람이 와서 열훌이 지나도 누가 누구의 아버지이고,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를 끝내 알지 못하게 할 정도가 돼아, 겨우 번창하는 가문의 기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집이 한창 부귀를 누릴 때는 골육들도 따르고 의지하며 조그만 원한이 있더라도 참고 내색하지 않고 피차 화목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만약 양쪽이 다 빈곤이 심하게 된 경우, 좁쌀 한 말이나 베 한자루도 따지고 다투어 분쟁이 일어나 서로 나쁜 말을 하고 서로 모욕하고 업신여기는 것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서 결국 원수처럼 된다. 

 

이러한 때에 마음이 무한히 너그러운 한 남자가 슬기로운 자기 부인을 감동으로 설득하고, 산의 숲 같은 아량을 활짝 열로 태양같은 빛을 다시 비추며, 유순한 태도로 부드러움을 다하여 마치 어린아이처럼, 속이 없는 게처럼, 뼈가 없는 벌레처럼, 순수한 갈천씨의 백성처럼 선정(禪定)에 든 스님처럼 저쪽이 돌을 던지면 나는 옥구슬로 화답하고, 저쪽에서 칼을 들면 나는 단술로 대접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눈을 흘기고 성을 내서 옥신각신 다투다가 집안을 망치고 나서야 그만 두게 될 것이다. 

 

정직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귀하게 여기는 바는 성실이니 속일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하늘을 속이는 것부터 농부가 짝을 속이고 상인이 동무를 속이는 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가 된다. 그런데 속일 수 있는 물건이 오직 하나 있으니 다름아닌 자기일이다. 보잘 것 없는 음식물이라도 속여서 잠시나마 지나치면 이것이 좋은 방법이다.(자신의 입맛만 속이면 된다는 의미)

 

사대부의 마음은 광풍제월(光風霽月)처럼 털끈만큼도 가려진 곳이 없어야 한다. 하늘에 부끄럽거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을 일체 범하지 않으면, 자연히 심광체반(心廣體胖)해져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생긴다. 만약에 조그만 재물이라도 탐하여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있으면, 바로 이 호연지기가 졸아 약해질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되느냐 귀신이 되느냐의 갈림길이다. 너희들은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거듭 말하는 데 말(口業)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체게 모두 완벽해도 한 구멍이 우연히 새면도로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이 다 믿음직스러워도 한 마디 말이 우연히 허황되면 도로 귀신의 무리와 같게 된다. 너희들은 지극히 조심해라. 근거가 없고 과장된 말을 하는 사람은 백성이 아무도 믿지 않는다.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일수록 더욱 말조심을 해야 한다. 

 

군자는 의관을 정제하고 시선을 존엄하게 가지고 정신을 집중하여 말없이 단정하게 앉아 마치 진흙으로 빚은 사람처럼 엄숙하고, 그 말은 심오하고 엄정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뭇사람을 위엄으로 복종시키고 명성이 퍼져 마침내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만약 냐태하고 산만하여 허튼소리를 섞어놓기까지 하면, 그 말이 이치와 법도 들어맞는다고 해도 아무도 기꺼이 믿지 않아 생전에 기반을 셀 수 없고 사후에는 자연히 점점 자취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배려

 

재물을 베풀어라. 세상의 의복과 음식 그리고 재물은 모두 환영이고 망상이다. 입으면 해지고 먹으면 썩고 자손에게 물려주면 흩어지고 없어지기 마련이다. 오직 가난한 친척이나 친구에게 나누어주는 것만이 영구히 불멸한다. 의돈(猗頓)의 창고는 자취도 없으나 소-부(疏-傅) 숙질의 황금은 아직도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금곡(金谷)의 보장(步障)은 먼지가 되었으나 범가(范家)의 보리 실은 배는 여전히 떠들썩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형제가 있는 것은 허물어지기 쉽고, 형제가 없는 것은 사라지기 어렵다. 재물을 자신을 위해 쓰는 사람은 형제로써 쓰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베푸는 사람은 정신으로써 쓰는 것이다. 형체로써 누리는 것은 형테가 있기 때문에 결국 해지거나 허물어지고 정신으로 누리는 것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무릇 재물을 저장해 두는 것은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만 못하다. 도둑에게 털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에 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소나 말로 운반하는 수고도 없이 사후에까지 갈수 있고, 아름다운 명예가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렇게 큰 이익이 있겠는가? 단단히 잡으려 할수록 더욱더 비끄럽게 빠져나가니, 재물이란 메기와 같다. 

 

 

나는 오늘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자녀들에게 전할 삶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자른 자세를 바르게 전하고 있는가? 

물질에만 취해서 사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세월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다산선생은

영원불멸의 값진 삶을 사신 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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