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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입맛을 다스린 '앉은뱅이 술'

바짝이 2024. 3. 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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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려풍속도병]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가 1795년 51세 때 

충청도 연풍(현재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일대) 현감을 지내면서

그린 8푝의 그림이다. 

 

행려풍속도는 선비가 세속을 유람하면서 마주치는

각종 장면을 소재로 구성한 그림을 말한다.

 

네이버블로그 / 노방노파 그림

 

 

이 그림에서 주목되는 부분 중

아래의 그림으로 클로즈업해 보면,

길가의 노파(즉 노방노파)이다.

 

싸리나무로 엮은 돗자리를 깔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할매는 왼손에 사기그릇을 감싸고

오른쪽에는 국자를 들었다. 

 

국자는 술독에 들어가 있다. 

 

오랜 객지 생활에 몸은 비록 지쳤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메울 구석이 많은 과객은

술과 함께 길가에서 탐할 기세였는지

 

이미 노파의 치마에 바짝 붙어 앉아 있다. 

 

 

 

그러나 노파는 술이나 듬뿍 팔아

살림에 보태야 할 처지 처럼 보이고,

과객의 기세에 전혀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노파의 독에 담긴 술은 어떤 것이었을까? 

 

짐작컨데, 이른바 '앉은뱅이 술' 이라야만

객지를 떠돌아 관아가 있는 성읍에 다다른

과객의 주머니를 열수 있지 않아겠는가! 싶다. 

 

조선 후기 이규경(1788-1856)은 [오주연문장전산고](1850년경)에서 

당시 이름난 '청명주'로

평양의 감홍로주, 한산의 소국주,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주를 꼽았다. 

 

이른바 '청명주'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때 

담그는 술이라는 뜻이다. 

 

이익의 [성호사설](1740년경)에서도 

이 술 담그는 법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봄철 청명 때, 찹쌀 두말을 여러번 깨끗이 씻어서 사흘동안 물에 담가둔다. 또 다른 찹쌀 두되를 물에 담가두었다가 불은 후에 먼저 건져서 가루로 만든 다음, 두 말쯤 되는 물에 타서 누그름하게 죽을 끓인다. 이 죽이 식은 후에 좋은 누룩가루 한되와 밀가루 두 되를 숙독에 넣고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를 꺾어 이것으로 술독을 휘휘저아 사흘동안 덮어둔다.

그리고 술이 된 후에는 체로 걸러서 찌꺼기는 버리고 술만 독에 넣는데 여기에 겉물을 보태지는 않는다. 전날에 담가둔 두말의 쌀을 건져 술밥을 만들고, 이를 식기전에 함께 술독에 넣어 시원한 곳에 두고 뚜껑을 덮어둔다. 

그러나 너무 춥거나 햇빛이 비치는 곳은 피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스무하룻날이 지나면 비로소 술이 익는데 맛이 매우 달고 진하다. 

 

 

이 청명주는 달고 진한 맛 때문데

한번 입에 대면 멈출 줄을 모르게 하고, 

 

일이 급한 사람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마법이 있었다.

 

그래서 이 술을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 불렀다. 

 

 

[그림속의 음식, 음식속의 역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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