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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문화정치학

바짝이 2024. 3. 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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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교사상에 입각한 음식문화와 예를 실천해 온 국가였다. 이러한 일상은 지금까지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공자와 맹자의 음식사상을 잠시 살펴본다. 

 

 

공자의 음식사상은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실용적인 측면보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안 먹으며 어떻게 먹고 누구와 먹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음식습관은 의미 전달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되는데, 먹는다는 것은 절대적이며, 반복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음식은 힘과 억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공자의 뜻렷한 기호가 욕망의 조절 및 절제를 주장하는 유교의 전반적인 경향과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는지, 이후 학자들에게는 중요한 토론거리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입과 배[口腹]'를 위해 먹기보다 '거친음식[惡食]'에도 초연하고 '한그릇의 소박한 밥[一單食]'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높이 샀다. 

 

맹자 역시 맛 좋은 생선이나 곰발바닥 요리를 먹고 싶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좀 더 맛난 곰발바닥을 먹겠다고 했다. 여기서 끝났다면 맹자는 인정과 욕망을 중시하는 사상가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곰발바닥 요리를 선택하겠다 하고는 이어서 "나는 살고 싶기도 하고 의로움도 행하고 싶지만, 둘 다 겸할 수 없을 때에는 삶을 버리고 의로움을 취할 것이다"라고 한다. 이것은 결국 삶에 필수적인 음식도 의(義)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맹자는 "사람들은 음식을 밝히는 자를 천하게 여긴다. 작은 것을 기르려고 큰 것을 잃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공맹(孔孟)으로 대표되는 유학사상은 음식 역시 사회화된 일정한 규칙 속에서 실천되는 문화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세계일보/공자와 맹자 사진 인용

 

"예(禮)의 시초는 음식에서 시작된다"고 한 [예기]의 말은 음식의 사회화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음식이 '자연스런 욕구'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화되는 양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음식 예절의 측면인 에티켓 또는 식탁문화라고 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음식으로 상징되는 질서와 권력의 구성 및 재구성의 문제다. 

 

음식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이 음식의 예를 관통하는 정신은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수준에서 상식에 속하는 것들로 함께 식사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다. 

 

또한 접빈객에서 음식접대는 그 집안의 문화와 품격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국물있는 음식을 오른쪽에 두는 것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예기]의 음식차림은 심오한 뜻이 있다기보다 식사하는 사람의 편의를 반영한 것이다. 

 

효자의 하루는 음식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음식을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구복(口腹)의 만족을 위해 음식을 밝히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그것이 부모를 위한 것이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즉 효담론의 중심에 놓였다. [맹자]에는 대추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자신은 대추를 먹지 않음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추모의 정을 표현한 증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음식은 현실정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때 음식은 인간 생활에 가장 절실한 물질로 사회적 관계속에서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문제를 내포하는 보다 확장된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서경]과 [예기]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음식'을 제시한 것은 음식으로 대표된, 재물과 욕망의 상관관계를 인지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데 중심이 되는 음식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권력관계에 개입해 새로운 권력 개념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장유의 질서와 남녀의 차별을 만드는 데도 음식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일곱살이 되면 남녀가 자리를 함께해서도 식사를 함께 해서도 안된다 했고, 어른보다 나중에 먹게 하며 사양하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무튼 유학사상의 맥락에서 보면, 음식이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이었다. 음식에 청빈, 절제로 접근한 도가 묵가와 달리 유가의 음식은 '사회적인 언어'와 '정치적인 권력'을 담아내는 문명의 코드로 인식되었다. 

 


[선비의 멋 규방의 맛]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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