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시리즈

 

한국에서 도시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1960년대의 경제개발 이후로 도시와 농촌 삶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고, 점차 도시로 젊은이들과 핵가족이 신흥 산업분야를 쫓아 집중되기 시작했다. 농촌에는 농사를 짓는 부모와 노인들의 거주가 일반화 되었다. 이는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이끌었으며, 세시문화에 대한 인식과 실천도 격차가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도시생활은 양력 중심의 달력에 맞추어 일주일을 단위로 반복되는 삶의 양식에 맞춰지게 되었다. 휴일의 개념인 일요일과 국가에서 지정한 국경일, 공휴일 등의 개념이 일상화되었고, 1년을 단위로 절기와 명절을 지켜왔던 세시풍속은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도시생활 속에서 세시풍속은 어떻게 존재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민속학자들은 고민해 왔다. 김명자교수(2004)는 세시풍속의 현대화 방안 모색을 연구하면서 '데이시리즈'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자본주의 문화, 그리고 주기성을 지닌 세시와의 만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자본주의 소비문화와 직결된다고 보았다. 도시생활속에서 세시풍속은 전통사회처럼 신성한 의례로서의 성격은 없을지라도 이들이 주기성을 지닌 풍속으로 정착하고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하였다. 박영환 교수(2006)도 도시생활속의 세시풍속연구를 통해서 데이(DAY)가 붙은 일종의 기념일은 국경일과는 또 다른 형태지만 대중적 성격을 띤 현대판 연중행사로 세시풍속과 비교해서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데이시리즈의 출현

 

세시풍속과 데이시리즈 문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비교연구(주영애,2015)를 보면, 세대별로 세시풍속 인식의 차이를 보였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계승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는 세시풍속은 우리 민족의 삶의 역사이자 문화로서 계승되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대에 맞지 않다는 문제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향도 지적하였다. 한편 데이시리즈에 대한 인식은 연령이 낮을수록 인식도가 높게 나타나 세대별 차이를 보였다. 

 

 

세대에 따른 데이시리즈의 인식 차이

 

데이시리즈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기성을 갖고 지켜지는데, 매달 14일을 중심으로 명명되어 있다. 이중 많이 알려진 데이(day)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렉데이,로즈데이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인식은 20대가 가장 높았고, 30-40대, 50대 순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데이시리즈에 대해 젊은 세대는 신풍속도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조사대상의 60%이상은 앞으로 데이시리즈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데이시리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달라지고(54.2%), 지속적인 문화저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36.3%)고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시리즈는 기업의 마케팅으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43.6%)는 견해도 많았다. 그리고 데이시리즈에 맞춘 행사나 이벤트를 하지 않으려 해도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50.9%)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의 풍속은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하며, 다수가 추구하는 형태가 트렌드가 되어 동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데이시리즈 포틴데이

날짜	명명	내용
1.14	다이어리데이	연인끼리 서로 일기장을 선물하는 날
2.14	발렌타인데이	좋아하는 친구끼리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를 기리는 축일
3.14	화이트데이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탕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
4.14	불랙데이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끼리 짜장면을 먹는 날
5.14	로즈데이	연인끼리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
6.14	키스데이	연인끼리 입맞춤을 하는 날. 앞선 기념일에서의 고백으로 맺어진 연인들끼리 키스를 한다는 뜻
7.14	실버데이	연인끼리 은반지를 선물하는 날
8.14	그린데이	연인끼리 산림욕을 하며 무더위를 달래는 날. 숲을 거닐며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날
9.14	포토데이	연인끼리 기념사진을 찍는 날
10.14	와인데이	연인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는 날. 그리스신화의 디오니소스가 신의 제례를 올린 날에서 유래했다고 전해 짐.
11.14	무비데이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날. 좋아하는 이에게 쿠키를 선물하는 날이라고 하여 '쿠키데이'라고도 함.
12.14	허그데이	연인, 가족, 아픈사람, 소중한 사람과 포옹하는 날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살자는 의미의 날

 

이외에도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 2월 22일을 커플데이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반복되는 소비경험은 소비자에게 의례처럼 여겨지게 한다. 데이시리즈에 따른 소비생동이 매년 반복되고 일부는 의례화되어 지속해서 소비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데이시리즈가 갖는 특성은 상징성, 반복성, 참여자들에게 역할 부여, 사회적 진지함 등을 갖게 한다. 마치 세시풍속처럼 상징과 주기적 반복성 사회적 동참과 경험의 공유등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데이시리즈와 마케팅

 

최근 데이시리즈의 마케팅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1983년 롯데제과에서 빼빼로 과자가 출시되었고, 여중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빼빼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주고 받던 것이 유행이 되었다. 이를 1997년 마케팅에 적극활용하여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어  빼빼로데이가 탄생했다. 그러나 11월 11일은 1996년에 제정된 '농업인의 날'이다. 빼빼로 데이는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농업인의 날은 잘 몰랐다. 요즈음은 이날을 '가래떡데이'로 명명하고 홍보하고 있다.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는다는 의미의 트렌드를 맞춰 바꾼 것이다. 이외에 10월 24일 사과데이, 11월 1일 한우데이 등 다양하게 데이시리즈를 활용하고 있다.

날짜	명명	목적
3월 3일	삼겹살데이	양돈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축혐이 정한 날
3월 7일	참치데이	해양 수산부와 한국 원양산업협회가 지정. 수산물 판매를 촉진
5월 2일	오리데이	오리고기의 소비 촉진을 장려학 위해 농협에서 지정한 날
	오이데이	오이 농가 소득 늘리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날
9월 9일	구구데이	닭과 계란의 소비 촉진
10월 24일	사과데이	사과를 주고 받으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날로, 사과의 소비도 촉진
11월 1일	한우데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2008년 한우협회 등 관련단체들이 제정한 날
11월 11일	가래떡데이	2006년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

 

이외에도 계도적으로 지정한 사사데이(辭寫day)가 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날이다. 사사데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 한국음악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이 2006년 4월 4일 선포한 '반불법복제의 날'이다. 지적재산물에 대한 불법복제를 반대하는 날이다. 한편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기도 한데, 숫자 4가 죽을 사(死)와 소리가 같아서 부정적으로 보는 것처럼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예방치료에 나서자는 뜻으로 196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한 것이다. 한편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5월 5일 어린이날이나 6월 6일 현충일등은 이미 국가 기념일로 되어 있어서 데이시리즈의 마케팅을 그 날짜에 맞춰서 시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렇듯 데이시리즈는 도시의 소비생활과 연계되어 소비진작을 위한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도시의 세시풍속으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