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왜 하나요?
새로운 나를 찾고, 힐링을 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돌봄이며, 위로와 충전이죠.
아마도 많은 이들이 하는 이야기일 듯 하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와 대야를 샀다?
우지연 작가의 글을 보고, 기록하고 싶었다.
여행은 여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의 경험은 우리의 삶에 녹아있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철학자 니체가 여행자 중 최상급의 여행자는
세상을 직접 관찰하고,
자신이 체험한 것을 집에 돌아와 생활에 반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한다.
그를 '생활하는 여행자'라 한다니....
아프리카를 다녀온 뒤에....
대야를 샀다.
아프라카에서 머물던 작은방.
그 작은방의 물탱크를 채우기 위해
우물에서 수십 번 물을 퍼서 양동이에 담고
비틀비틀 양손에 뒤고 와
탱크에 붓기를 수십번 반복하던 소년이 있었다.
"땡큐!" 하고 말하면 수줍어하며 씩 웃던 얼굴.
그 순진한 눈망울을 본 이후,
나는 숙소에서 물을 마구 퍼서 몸을 씻을 수 없었다.
내가 물을 아끼지 않으면 그는 또 한번,
그 뙤약볕 아래, 저기 먼 우물까지 몇 번을 오가야 할 것이다.
내가 아끼는 만큼 그는 아주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었다.
물이 귀한 나라에 와서야,
그들이 못쓰는 물을 내가 평생 얼마나 써댓는지 알았다.
여행은 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준다.
여행은 으레 그랬던 것들이 아니, 특별한 무엇이었다고 말해준다.
손잡이를 누르면 물이 쏴 내려가는 화장실,
엄청난 양의 흰빨래를 뜨거운 물로 빨아주는 세탁기.
세수를 하다 꽐꽐 쏟아져 나오는 투명하고 맑은 물이
그냥 하수로 철철 흘러가는 게 너무 아까와
대야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아이들의 그 흙먼지 묻은 작은 발들을 기억하려.
내가 세수한 물보다 더 더러운 물을 먹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하려.
대야를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물을 아끼겠단 생각으로 대야를 사려하면서도
여전히 내 화장실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대야를 찾아 헤매는 나는,
직업병일까, 의식적 삶의 양태일까. 난 아직도 단순하지가 않다.
절약하면서도 또 그 와중에 스타일이 있어야 하는 나를 위해
은이가 고맙게도 어디서 크림색 대야를 발견해 사다 줬다.
그날부터
대야에 물을 받아 쓰고, 쓰고 난 물을 변기에 붓는 의식을 통해
아프리카, 그 먼 땅을.... 나는 잠시라도 기억한다.
-우지연, 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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