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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다

바짝이 2024. 7. 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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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일 때,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말로만 듣고 알고 있었다. 

 

 

 

여유를 갖고 영화를 보는 날이 왔으니, 나는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있다. 

 

영화에서 [건축학개론] 강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를 하나하나 살펴보세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어 주었다.

 

사는 곳을 여유롭게 살펴보는 일이 쉽지 않다. 내 갈길을 빨리 가야하고, 출근하고 학교가고, 목적있는 일을 보러 분주하게 지나쳐야 하는 곳이 내가 사는 동네였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적어도 그곳의 지리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달리 말하면 살면서 이용하게 될 상가나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 살필까? 싶어 주변을 살피게 된다. 

 

이렇게 살피는 것은 그냥 '생존'을 위한 아주 멋없고 자연스런 행위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교수가 말한 동네를 살펴보라는 것은 이런 행위를 위함이 아니다. 어떻게 집들이 구성되어 있고, 사람들의 행위를 어떻게 연결시켜 주고 있고, 그리고 그 동네를 나타내 줄만한 상징적인 것과 이미지는 무엇인지 등 여러가지 의미를 찾아 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주인공(이제훈)은 자기가 사는 '정릉'이라는 동네를 돌아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큰 나무를 발견하고 그 옆을 지나가던 주인공(수지)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단순한 공간의 의미를 넘는 사람을 이어주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공간(空間)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비어있는 곳이다. 그러나 장소(場所)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머무는 곳의 의미가 더 크다. 교수는 공간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장소가 되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 아닐까? 

 

'동네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만기씨가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지역 문화가 갖고 있는 가치로움, 사람사는 멋과 맛을 잘 표현하면서 지역여행까지 유도한다.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동네 한바퀴를 따라서 여행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지역을 거니는 이만기씨의 여유로운 모습과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는 데에 족하다.

 

요즈음 계속 읽고 또 읽는 유지연작가의 책에서 '거닐다'라는 귀절을 옮겨 본다.


'거닐다'라는 말은 천천히 가까운 거리를 이리저리 한가히 걷는다는 말이다. 여행의 장소를 향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걷기의 태도, 자세에 있어서 '천천히'라는 속도와 '이리저리'라는 자연스러움과 '한가히'라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거닌다는 것은 골목의 , 광장의 , 숲속의 모든 것을 오감으로 경험하기 위한 준비이며, 그곳의 풍경으로 들어가 천천히 풍경을 소유하는 거서럼 느끼는 순간을 위한 것이다. 

 

그 장소의 주변부 골목들을 헤매면서 면에서 면으로 이동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거닐어 보는 것이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도시 건축학에서는 말한다. 

 

꼭 봐야할 장소의 '주변을 어슬렁거릴' 시간적 여유를 가지라.

 

 

산책하는 일이란 너무 평범하고 사소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것 같지만,

그 도시만의 색채와 소리와 향기와 볼에 닿는 습기마저도,

모든 것을 오감으로 향유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여행 방법이다. 

 

거닐기만큼 쉬운 일이 있을까.

그저 운동화 끈을 매고 좋은 음악을 귀에 꽂은 채

신선한 공기와 계절의 흐름 속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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